저녁으로 좀 매운 음식을 먹은 탓인지 자고 있는데 위장에서 불편한 신호가 와서 잠을 깼다. 화장실 들른 후, 기운차게 코를 골고 있는 집사람 옆에 누워 봤지만, 좀처럼 잠이 오지 않는다.
사람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점심이나 저녁때 잠깐이라도 삼십분 정도만이라도 꾸벅 졸고 나면, 그날은 정시에 잠들기에는 틀렸다. – 창밖으로 쪼끔씩 빛이 들어오는 새벽녘 쯤 되어서야 스르륵 눈이 감기는 체질. 이렇게 한 번 잠을 설치고 나면 당일은 다크 서클을 한, 한 마리 좀비가 되어 회사를 갈짓자로 휘저으며 다니곤 한다. 그리고 점심때 피곤하다고 다만 십분이라도 책상에 엎드려 눈을 붙이게 되고 그날 밤도 또 잠을 설치게 되는, 피곤한 일상의 반복이 시작된다. (이렇게 망가진 생체리듬을 다시 원상 복구하려면 최소 삼일은 걸린다고, 일전에 썼던 글에서 유투버가 이야기 해 주었다.)
‘나는 하루 종일도 잘 수 있는데, 신기하네.’ 집사람은 이해할 수 없다고 하는데, 사실 나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 - 어떻게 초저녁에 눈을 붙인 사람이, 12시 넘었다고, 배계에 머리만 올라가면 바로 잠든 소리 – 도르르르릉 – 가 날 수 있는지. 불면증이 있는 사람들은 안다, 잠을 잘 자는 것, 제시간에 잠 들 수 있는 것도 하나의 큰 복이라는 것을. - 부럽다, 마누라.
어렸을 때는 잠들지 못하는 시간이면 머리맡에 작은 라디오를 작게 켜 놓고 새벽에 흘러나오는 심야 라디오 방송을 듣곤 했는데 결혼한 이후에는 어쩔 수 없이 혼자 이어폰 꼽고 듣는다. 대충 오래되면서도 조용한 노래들, 예를 들어
Bill Withers의 <Ain't no sunshine>, Simon & Garfunkel의 <The Sound of Silence>, 레너드 코헨(Leonard Cohen)의 <Hallelujah>, 그리고 가끔 레너드 스키드의 <Sweet Home Alabama> 이런 장르의 노래들.
혹은 귀에 익은 지브리의 피아노 연주도 듣기가 좋았고,
이것저것 귀찮을 땐, 그냥 두세 시간짜리 화이트 노이즈를 줄창 틀어 놓을 때도 있다.
에구, 벌써 세시 반이 넘었네. 그럼 오늘 새벽의 잡담을 여기서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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